육체의 형식과 시의 형식― 이수명의 「체조하는 사람」
육체의 형식과 시의 형식 ― 이수명의 「체조하는 사람」(『현대문학』, 2011년 5월) 송승환 끌로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을 듣는다. 무엇보다 몽환적인 플루트 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주선율을 이끄는 플루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매우 회화적이고 다채로운 색채와 깊이와 긴장을 지녔다. 10여 분 안팎의 음악은 플루트 소리의 등장과 함께 시작하고 플루트 소리의 소멸과 함께 사라진다. 그리고 침묵. 저 플루트가 길어 올리는 음악은 어디에서 오는가. 음악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음악은 침묵 속에서 솟아올랐다 침묵 속으로 사라진다. 음악은 침묵을 찢고 나왔다가 침묵 속으로 돌아간다.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음악이 사라진 뒤에 떠오르는 침묵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침묵은 음악을 되새기게 하고 침묵 속..
비평/전체의 바깥
2013. 3. 17.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