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2018.02.15 01:31

이브 본느프와Yves Bonnefoy 관련 기록


이브 본느프와(1923-2016) 원고를 쓰기 위해 관련 자료를 읽다가 발견한 책페르스발의 로망 또는 그라알 이야기Le Roman de Perceval Ou Le Conte Du Graal, 1185년경(최애리 옮김을유문화사, 2009). 읽다이브 본느프와는 어부왕 전설, 아더왕 이야기, 그 중에서도 페르스발Perceval 등의 기사 모험에 관심있었다는 사실. 새롭게 알게 되다. 프랑스어 Aventure는 모험 뿐만 아니라 "뜻밖의 일, 우연" 등의 뜻을 지니는데, 아마도 그 우연들을 극복하여 필연에 도달하고자 삶과 언어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기사의 태도, 그것이 두브(Douve) 앞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브 본느프와가 생각하는 시, 그가 희망(espoir)라고 생각하는 시인듯 싶다. T.S. 엘리어트는 어부왕 전설로부터 파생된 제시 웨스턴의 제식으로부터 로망스로From ritual to romance문학과지성사, 1988. 읽고 시 황무지」를 썼던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는 같은 저자 크레티앵 드 트루아, 죄수 마차를 탄 기사, 유희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6. 번역되어 있고 정과리 선생님의 박사논문 『근대소설의 기원에 관한 한 연구, 역락, 2016. 있다. 로망Roman과 소설, 그것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최근 작고하신 이가림(1943-2015) 선생님 번역의 시선집 살라망드르가 사는 곳(열음사, 1987)을 재독하다이브 본느프와의 첫 시집 두브의 운동과 부동에 대하여Du mouvement et de l'immobilité de Douve(1953)에서 13두 번째 시집 사막을 지배하는 어제Hier régnant désert(1958)에서 12세 번째 시집 글이 쓰인 돌Pierre écrite(1965)에서 16편을 번역한 것이었다이브 본느프와의 국내 수용에서 처음에 놓인 번역 시선집이다.




이브 본느프와의 초기 시집 4권이 수록된 시집인데, 정독했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의 독서. 그리고 내 입장에서 두브의 운동과 부동에 대하여Du mouvement et de l'immobilité de Douve(1953)의 시 몇 편을 이번에 번역해보았다.


있음직하지 않은 것 l'improbable(Merure de France, 1959)

내가 본 적 없는 1959년 초판의 표지를 먼저 올려본다. 그리고 포켓판(1992)에서 시의 행위와 장소L'acte et le lieu de la poésie」를 읽다.  

있음직하지 않은 것 l'improbable(1992)


"차라리 시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며 시가 이전에는 하나의 목적이었던 것을 잊어버리고 시를 단순히 접근의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의 논점을 맞추지 않은 관점에 있어 결코 우리들은 본질적인 것에서 멀지는 않다. 결핍된 것이 가져올 수 있는 효용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하나의 결핍임을 아는 것이며, 그리하여 하나의 정열적인 지식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언어가 이데Idée에 대해서나 현존재에 대해서 무력하다면, 만일 이데Idée의 반영이 시어 속에서 현존재의 걸음인 유한성과 죽음을 우리로부터 덮을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에게 남은 일은 그것을 아는 일이며 우리의 불안한 명확성을 안일한 말과 대립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2008723. 파리, 소르본 대학의 뒷골목, 데카르트 가()(rue Descartes, paris)와 끌로비 가()(rue Clovis, paris)의 교차로에서 우연히 고개를 돌렸을 때, 데카르트 가() 40번지 건물벽에 그려진 푸른 나무 벽화가 문득, 솟아올랐다. 그 나무 벽화 옆에 새겨진 이브 본느프와의 이름과 시가 나타났다

가끔 그 장소가 그리울 때면, 구글맵으로도 검색해서 다시 읽고 지나치기만 했었는데, 이번에 처음, 번역해보았다. 제목은 없고 아직 출처는 찾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작년 겨울과 올해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Passant,

regarde ce grand arbre et à travers lui,

il peut suffire.

 

Car mê̂me déchiré, souillé, l’arbre des rues,

c’est toute la nature, tout le ciel, l’oiseau s’y pose, le vent y bouge, le soleil y dit le mê̂me espoir malgré la mort.

 

Phliosophe,

as-tu chance d’avoir l’arbre dans ta rue,

tes pensées seront moins ardues, 

tes yeux plus libres,

tes mains plus désireuses de moins de nuit.

Yves Bonnefoy, 40 rue Descartes, paris.


거닐어라,

이 거대한 나무를 보라

그 사이를 지나는 것으로 충분하다.

 

비록 찢기고 더럽혀진 거리의 나무일지라도,

모든 자연이며, 모든 하늘인, 새는 거기에 머무르고, 바람은 나무를 흔들고, 태양은 죽음을 무릅쓴 희망처럼 나무를 말한다.

 

철학자여,

너의 길에서 나무를 가져보았는가,

네 사유가 덜 고통스럽고,

네 눈이 더 자유롭고,

네 손이 밤보다 더 많은 것을 욕망할 나무를.


이브 본느프와, 파리 데카르트 가() 40번지의 벽화 시 전문

강의 2017.12.26 01:30

[문학활성화프로그램]2017.12-2018.2월. 올 겨울, 문학하는 하루가 시작됩니다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활성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문학하는 하루>가 2017.12월부터 2018.2월까지 개최된다. 

나는 부산진구청 평생학습관에서 2018년 1월 8일부터 

매주 월요일, 4회 강의를 진행한다.

 강의는 <체험 프로그램 '창작하는 하루'- 글*원하다>이다.

http://www.arko.or.kr/arkoinfo/page7_1_list.jsp?board_idx=101&board_crud=S&idx=529308



사진 2017.12.02 00:38

Galerie Vivienne (Paris, France)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의 파사주Passage 탐사 자취를 따라서 

파리의 파사주를 찾아다닌 적이 있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파리, 파사주 Galerie Vivienne 에 있는 헌책방.


나는 갈레리 비비엔느 파사주와 서점을 파리의 지인에게 소개한 적 있는데,

최근 지인이 찍어서 보내준 서점 내부 풍경.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사진들은 당시 내가 찍은 사진들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1시-19시.

시계가 여전하다.

서점 주인, 할머니는 이 사진을 찍기 전에

2분만 기다려 달라고 하시더니

머리 단장을 하셨다:-)

그날, 저 뒷편의 NRF 작은 판형 책들을 구입해왔다.

수줍지만 10년 전의 사진이다. 

며칠 전 지인이 이 서점을 찾아갔는데, 

할머니는 뵙지 못하고 할아버지가 계셨다고 한다.

할아버지에게는 한국인 화가 친구가 있다고 한다.

나는 할어버지를 뵌 적은 없다.

독서 2017.11.12 02:59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The winter's tale(1611)』

셰익스피어의 만년작 『겨울이야기The winter's tale(1611)(전예원, 1994)를 신정옥 번역으로 읽었는데, 이것을 읽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으리라. 그저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소네트의 리듬까지는 아니더라도 운문의 형식을 갖춰서 시행을 나눴어야 할 것인데, 산문의 대사로만 번역했기 때문이다. 반드시 다른 번역으로 다시 읽어야 할 것이다.  영문 텍스트가 잘 정리된 사이트를 밝혀둔다. 아래에 인용한 것만 조금 읽어봐도 시의 리듬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붉은 색의 글자는 내가 강조한 것이다.

http://www.folgerdigitaltexts.org/html/W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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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XENES                           Shepherdess—

A fair one are you—well you fit our ages

With flowers of winter.

PERDITA                    Sir, the year growing ancient,

Not yet on summer’s death nor on the birth

Of trembling winter, the fairest flowers o’ th’ season

Are our carnations and streaked gillyvors,

Which some call nature’s bastards. Of that kind

Our rustic garden’s barren, and I care not

To get slips of them.

POLIXENES Wherefore, gentle maiden,

Do you neglect them?

PERDITA For I have heard it said

There is an art which in their piedness shares

With great creating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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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읽은 부분은 4막 4장, 꽃에 대한 페르디타PERDITA의 묘사이다. 권력과 개념적 삶의 허위에 붙들린 남자들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존적인 개별 감각으로 살아있는 꽃과 가장 가깝게 살고 있는 여성, 다른 삶과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에 대한 긍정으로서의 꽃, 그런 이유로 현실 권력과 남성으로부터 희생당하는 여성에 대한 묘사이다. 다시 확인한 것이지만, 셰익스피어에게 여성은, 『햄릿』의 오필리어와 겨울이야기』의 헤르미오네, 처럼 확실히 남성보다 더 지혜로우며 현실의 거짓과 허위에 균열을 일으키는 바깥의 시적 진리이다.


독서 2017.11.09 23:41

이브 본느프와 『햄릿의 망설임과 셰익스피어의 결단』(2015)




이브 본느프와Yves Bonnefoy의 햄릿의 망설임과 셰익스피어의 결단L’Hésition d'Hamlet et la décision de shakepeare(Seuil, 2015)(송진석 옮김, 한울, 2017) 읽다. 셰익스피어를 번역한 이브 본느프와가  햄릿』을 번역하면서 얻은 깊은 이해와 그 해석을 책의 모든 문장에 담아놓았는데, 그것의 출발점이자 주요 거점은 A.랭보의 시구 다른 삶은 있는가?Est-il d'autres vies?”(나쁜 피Mauvais Sang」)라는 물음이다. 이 물음에 근거를 두고 그는 햄릿읽기와 해석을 감행한다. 


 

"이 정신의 도약, 이 꺼짐과 체념 속 가능성의 예감은 운율, 이를테면 햄릿에서 성찰의 자리이자 위반의 길이었다고 내가 생각하는 단장 오보격 운율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과 닮았겠는가? 운율은 단어들, 단어들의 소리, 음소 안에 수립되는 하나의 형태이다. 따라서 운율이 그렇게, 그리고 우선 만나는 것은 의미의 이편에서 포착되는 소리이다. 이때 운율은 규정하고 단순화할 필요 없이 사물들에 가담하며, 그것은 사물들이 그러한 만큼이나 물질적이고, 분석적 앎이 아직 은폐를 시작하지 않은 전체 한가운데에서 사물들만큼이나 직접적인 현존이다(중략…)그러나 긴 음절과 짧은 음절들 가운데 어쨌거나 하나의 자리가 수립되며, 여기에는 음절들을 자극하고, 흘러가는 시간의 경험, 죽음의 생각, 유한성의 진리를 강요하는 리듬 덕분에 직접적인 것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는다. 그것은 사정을 잘 아는 상태에서 비존재(not to be)와 맞서는 일이고, 단어들을 사용하는 순간들 속에서 비존재와 싸우며 게임을 이기려고 애쓰는 것이다. 요컨대 운율 속에서 (오필리어의)꽃은 사전으로부터 소생할 수 있고, 단어는 근원적 인간이 세계로써 만드는 꽃다발을 가리킬 수 있으며, 리듬이 들어올리는 소리들은, 확실히 아직은 비바람 때문에 흐리지만, “어두운 숲selva oscura”에서, 그리고 물질 속에서 갑작스러운 갬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리듬에 맞춘 말은 가장 자연스러운 만큼이나 가장 자극적이고 풍요로운 방식으로 셰익스피어를 도왔을 것이다.

운율은 창끝으로서 담론에서, 단순하고 평범하게 개념적인 사고가 사물화할 위험이 있는 사물과 존재들의 재현을 찢는다. 그것은 세계 내 존재의 실제 상태를 우리 앞에 위대한 가능성으로 변환시킨다(중략…)그러나 똑같이 외부적인 재현과 의미의 덩어리 속에서 갑작스러운 불꽃처럼 운율이 형성되어 그것들의 집합체를 해체하는데, 이는 진정한 빛이 아닌가? 충만한 실재가 재구성되는 현존과 결정되는 결속 안에서 발견된다. 운율은 위대한 촉매이다. 그것은 허무주의의 함정에 빠진 정신을 구출하고 희망의 상황을 재창조한다."(pp.15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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