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의 명명과 윤리의 출현― 황인찬의 「법원」
사태의 명명과 윤리의 출현 ― 황인찬의 「법원」(『현대문학』 2012년 3월) 송승환 검은 나뭇가지 사이로 눈이 내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눈발이 흩날린다. 새 떠난 나뭇가지 사이 바람이 지나간다. 나무가 흔들린다. 풍광의 계절은 겨울이 아니라 봄이고 12월이 아니라 4월이다. 이 풍경을 어떤 이름으로 명명할 것인가. 풍경 너머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시인은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투시하는 자이면서 동시에 보이지 않는 것을 모국어로 번역하고 명명하는 자이다. 시인이 바라본 것을 언어로 명명하지 않을 때 세계는 인간의 언어 바깥의 세계로 남아있고 의미 이전의 사태로 현존한다. 시인이 그 사태를 가장 적확하고 최적의 언어로 명명하고자 고심할 때 이미 주..
비평/전체의 바깥
2013. 3. 17. 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