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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 소설들

독서

by POETIKA 2017. 4. 2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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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소설은 눈 이야기』(1928) 표제로 1999년 푸른숲에서 출간된 것은 알고 있었으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지는 않았었다. 이번에는 2권으로 분권되어 동일한 번역자. 이재형의 번역으로 이번 2017년 출간되었기에 정식으로 읽었다.

두 편 모두 바타유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인데, 출생과 성장 과정에서 여느 사람과 다른 조건에서 살아온 과정이 그로 하여금 금기 너머의 삶을 살면서 위반하는 삶을 살도록 한 듯 싶다. 맹인이며 매독환자인 아버지. 침대 이불에 오줌 누는 아버지. 그 아버지를 놔두고 도망친 어머니와 자신. 등등의 과정들. 바타유의 '위반' 개념은 모리스 블랑쇼의 '바깥' 개념과 매개된다.

바타유는 인간이 합리적 이성을 지닌 존재라기보다는 원시적 짐승으로서 쾌락 자체에 놓여있던 존재임을 드러낸다. 더 나아가 죽음 앞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끼면서도 성매매와 방탕을 일삼는 개인의 극단을 그린다. 눈 이야기가 10대의 이야기라면 하늘의 푸른빛』(1957)은 스페인 내전과 2차 세계대전이 촉발되기 직전의 상황과 맞물려 있는 개인의 극단적인 타락, 그 삶을 서술한다. 


 "시몬과 내가 죽으면, 우리는 견디기 힘든 우리의 환각의 세계가 사라지는 대신 외부의 시선들과 아무런 관련도 맺지 않으면서 인간의 지연이나 우회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영상화되는 순수한 별들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성적 방탕의 귀결점, 즉 기하학적이며 문자 그대로 섬광적인 백열상태(무엇보다도 삶과 죽음의, 존재와 무의 일치점)처럼 보였다." 눈 이야기 p.52.

"<뭔가 공허한 것, 어두운 것, 적대적이고 거대한 것 - 더는 내가 아닌 어떤 것 - 이 예감되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고통과 혐오와 굴욕을 견디는 것,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견디는 것뿐이었다.>" 하늘의 푸른빛 p.107.

  

  C. 신부』(1950)는 안태용 번역(금성출판사, 1990)으로 읽다. 프랑스어 제목으로 L'abbé C.인데, 그 발음상 L'ABC와 다르지 않다. 즉, /라베세/, 그러니까 ABC이다. 액자 소설의 주요 인물이 3명, 쌍둥이 형제와 한 매음녀가 등장한다. 쌍둥이의 형제 중에서 형이 신부, 즉 사제이다. 사제의 방탕한 매음녀에 대한 성적 욕망과 금기. 그 사제를 똑같이 닮은 동생. 그리고 독일의 프랑스 침략 당시의 상황.

"작가가 그 대상을 표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안된다. 즉 그 대상은 결코 작가의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지만 최대한 표현 의욕을 불러일으켜챠 하고, 아차 하는 사이에 작가의 절박한 말에 한방 먹여야 한다. 적어도 나는 속도를 낸 차와 거리가 멀어진 순간에는 저 행복에 달할 수 있었다. 그 행복은 내 손이 닿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면 내 손에 들어조지 않았을 것이다. 즉 속도가 있는 차는 아무것도 잡을 수 없지만 그 뒤를 쫓는 속도가 없는 차는 앞서가는 빠른 차 때문에 자신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에 참다운 행복을 의식한다. 사실을 말하면 나는 정신이 몽롱해지지 않으면 이 최고로 명석한 순간에 도달할 수 없었다." p.44-45(안태용 역)



불가능L'impossible』(1962)으로 재출간된 시의 증오Haine de la poésie』(1947)에서도 C. 신부』의 매음녀 '에포닌'과 같은 여자 B가 나온다. 즉 바타유 소설에서는 매번 성적 금기를 넘어선 여성이 등장한다. 여느 사실주의 소설과는 다른 까닭에 독자의 동의여부가 달라질 것인데, 모든 소설이 사실주의일 필요는 없기에 바타유의 소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타유의 소설에서 주제는 '그 여성이 의미하는 바'에 집중되어 있을 것이다. 불가능L'impossible』은 바타유의 시론이 집약된 것이리라.

"모든 이해력이 와해되는 한계상황에서 살아갈 자유가 아닌 이상, 자유는 아무것도 아니다." p.51(성귀수 역, 워크룸프레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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