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인 시집』, 신구문화사, 1968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이 책을 읽는 분에게 이제 아무도 시를 읽지 않는다. 소녀들은 가슴에 시집을 품고 다니기를 그만두었고 청년은 그의 연인에게 시를 외어 주지 않는다. 흰구름을 바라보는 소년의 부푼 꿈, 한밤내 베개를 적시는 고뇌의 눈물, 인생의 심연을 지나온 자의 확신, 거대한 자연 앞에서 느끼는 황홀과 무력감, 풀잎에 묻은 한 방울 이슬에서 우주의 신비를 깨닫는 지혜, 그리고 무한과 영원에 대한 인간의 억누를 수 없는 동경…… 일찍이 시는 이 모든 것 한가운데에 있었다. 말하자면 시는 그것으로 생각을 교환하며 감정을 나누며 깨달음을 함께 하는 인류의 위대한 공통어였다.그러나 이제 시는 대중의 입술에서 자취를 감춘다. 시의 자리에는 재즈의 광란적인 리듬이, 여배우의 풍만한 육체가, 정치가의 제스처와 저널리스트의 선동적인 ..
프로젝트
2015. 12. 24.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