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충청일보: 2020.12.03
마이크 - 송승환(1971∼ ) 내가 세워지는 곳은 검은 극장 빈 무대 나는 기다린다 나는 말하지 않는다 나는 말한 것이다 나는 기다린다 내 몸속 자석과 코일 사이 발생하는 말의 전압 불현 불꽃과 빛으로부터 태어나는 언어 그녀는 단어에 리듬을 부여한다 그녀는 말한다 나는 내 육체의 전선을 끊는다 그녀의 육성이 날것으로 내 육체를 관통한다 나는 모든 벽을 울리며 사라지는 공기의 파열을 듣는다 나는 말한 것이다 나는 말하지 않는다 나는 기다린다 조명이 꺼진다 송승환은 기존의 사물과 세계를 새롭게 해부하여 재조립하는 파괴공학 언어 디자이너다. 그의 시에는 응시자의 직관적 눈, 사물의 내부를 파괴하는 날카로운 눈동자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의 시는 짧다. 간결하고 정제된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중층적이고 복합적이..
리뷰
2020. 12. 7.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