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의 발견과 ‘큰 주체’의 물음― 김행숙 시집 <타인의 의미>
‘사이’의 발견과 ‘큰 주체’의 물음 ― 김행숙 시집 송승환 김행숙의 세 번째 시집 (민음사, 2010)는 미시 세계의 ‘사이’를 발견한다. 인간의 시선으로 구현되는 원근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의 거리를 미분하고 적분하는 미시 감각을 통해 미시 세계를 발명한다. “볼 수 없는 것이 될 때까지 가까이”(「포옹」) 다가간 세계. 한없이 가까워짐으로써 너와 내가 거의 검정에 가까운 세계. 서로 껴안은 연인의 촉각과 호흡이 살아있는 세계. 껴안으면서 동시에 갈라지는 절벽의 세계. “신체는 깎아지른 듯 절벽이 되었어/기도하기 좋은 곳/자살하기에 더 좋은 곳에서/나의 신체는 멈”춘다(「그곳에 있다」). 내가 너를 껴안는 곳은 다름 아닌 내 신체다. 내 신체의 피부를 통해 너는 느껴진다. 너는 내 피부의 감각 속..
비평
2012. 9. 4. 2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