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부재와 언어의 운율
― 이제니의 시세계 송승환 200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한 이제니는 등단한 첫 해 동안만 4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아왔다. 등단작 「페루」에서부터 그녀는 언어에 대한 시적 인식을 드러낸다. 히잉 히잉. 말이란 원래 그런 거지. 태초 이전부터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무의미하게 엉겨 붙어 버린 거지. 자신의 목을 끌어안고 미쳐버린 채로 죽는 거지. 그렇게 이미 죽은 채로 하염없이 미끄러지는 거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안심된다. ― 200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페루」 부분 “말”이란 “태초 이전부터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무의미하게 엉겨 붙어버린 것”이며 사물과 분리되어 “죽은 채로 하염없이 미끄러지는 것”이며 사물에 대해 “단 한 번도 제대로 말해..
비평/측위의 감각
2020. 3. 17.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