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사유자의 노래-이기성 시집 『동물의 자서전』(문학과지성사, 2020)
회색 사유자의 노래 어떠한 인간적 문제이든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 가져야 할 인간적 문제이다. ― 전태일* *조영래, 『전태일 평전』, 아름다운전태일, 2009, 209면. 이하 같은 책의 인용은 페이지 표기를 생략한다. 이기성은 감각을 사유하는 시인이다. 그의 시세계는 희거나 검고 딱딱하게 굳어간다. 그 감각은 도시 일상에 대한 시적 감응을 다른 사물의 감각으로 사유한 것이다. ‘희다’와 ‘검다’는 명도(明度)의 차이는 있으나 색상과 채도가 없는 ‘회색’과 더불어 무채색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빛이다. ‘희다’와 ‘검다’ 그리고 ‘회색’을 모두 품은 사물로는 숯등걸이 있다. 생명을 지녔던 나무가 잘리고 불길 속에 내던져진 뒤 타들어가서 결국 대부분 연기로 사라지고 남은 숯등걸의 빛. 검게 그을렸다가 ..
비평/도래할 책
2020. 11. 30.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