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거기 있음과 그림자
― 신영배와 김언의 시 송 승 환 1. 붉은 제라늄 붉은 제라늄이 화단에 피어 있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핀 붉은 제라늄이다. 시인의 시선 속으로 붉은 제라늄이 ‘갑자기’ 피어오른다. 시인은 붉은 제라늄을 바라본다. 붉은 제라늄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 속에서 첫 언어가 피어오른다. 첫 언어를 받아 적는다. 그러나 첫 언어는 일상의 문법에 익숙하고 고정관념에 길들여진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첫 언어를 지운다. 시인은 다시 붉은 제라늄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붉은 제라늄이 인간적인 정서와 의미를 불러일으킨다. 추억과 비애, 상처와 위안의 언어를 받아 적는다. 그러나 인간적인 정서와 의미를 드러낸 언어는 붉은 제라늄을 향한 다가감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으로의 완전한 물러섬이다. 인간적인 정서와 의미를 드러낸 언어에는..
비평/측위의 감각
2020. 3. 23. 0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