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7 동아일보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네온사인
네온사인 ―송승환 (1971∼) 저무는 태양이 차례로 회전문 통과한 사람들 그림자를 붉은 담장에 드리운다 갓 돋아난 초록 이파리 검게 물들어간다 곧장 침대로 가기 꺼려하는 여인은 포도주의 밤을 오랫동안 마신다 공장 폐수를 따라 하얗고 둥근 달은 강으로 흐른다 언제나 우리 들은 그 가늘고 긴 새벽의 유리관 전극 속으로 사라진 불의 문자(文字) 아래로 걸어간다 ======================= ‘저무는 태양이 차례로 회전문 통과한 사람들 그림자를 붉은/담장에 드리운다’ 문득 시간이 정지하는 듯한, 대도시 저녁의 고요히 설레는 한 풍경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도입부! 일품이다. 이리 서정적인 구절이 정작 안내하는 세계는 삭막하다. 거기는 아마도 밤의 서울. 때로 위생적인 어둠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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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4.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