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주의자의 틈- 김기택 시집 『낫이라는 칼』해설
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 김기택 시인은 사물주의자이다. 그의 시에서 사물은 일상 세계의 도처에서 출현하며 일상의 삶 자체를 개진한다. 사물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고 삶의 사태에 참여한다. 인간의 삶은 사물과 함께 사물 안에서 사물을 통하여 전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물은 일상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사물은 모든 곳에 편재(遍在)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 편재(偏在)한 것처럼 있지 않은 듯이 있다. 사물은 인간의 의식 이전에 현존하고 있음에도 사물에 대한 의식의 지향성을 표명하기 전까지 부재한 듯싶다. 그것은 인간의 편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기원한다. 인간의 생활 세계에서 사물은 경제적 효율과 일정한 효용성의 기준에서 판단되고 분류된다. 즉각적인 쓸모와 경제적 이득이 없다면 어떤 ..
비평/도래할 책
2022. 9. 25.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