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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고 딱딱한 무뚝뚝한 굴뚝 그러나」

by POETIKA 2019. 3. 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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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발간 30주년 기념 

젊은 시인 88 트리뷰트 시집 

『어느 푸른 저녁』(문학과지성사, 2019) 수록작품 



두껍고 딱딱한 무뚝뚝한 굴뚝 그러나*

 

 

송승환

 

 

터널 내부는 축축하다

자동차 열병식 열기로

사람들 살갗에서 흘러내리는 검은 땀 냄새로

터널은 바다로 향한다

 

둥근 천장 한가운데 보이지 않는 긴 구름이 생성 중이다

당신은 저 구름을 본 적 있는가 나는

눈으로 다시 내릴 시멘트 반죽 구름을

터널 바깥 빌딩 사이에서 매일 본다

구르지 않는 타이어에 지친 아이가

 

유리창을 내린다

환풍기 프로펠러 소음이 출렁인다

 

무조음

 

어떻게 터널은 무너지지 않는가

어떻게 구멍은 메워지지 않는가

 

나는 소음의 아치를 배워야 한다

 

통로

통과

통행

흐름

이행

이주

추이

복도

체류

구절

악절

행렬

실행

돌파

 

숨결은 바다로 향한다

 

공기가 도열해 있다

 

그러나 여름 저녁의 태양

 

용광로 불꽃이 공기를 사른다

 

나는 푸른 산성** 기체를 들이마시고 내쉰다

 

나는 하얗게 타오른다

 

투명한 하늘이 있다

 

잠긴다

 

닿는다

 

두껍고 딱딱한

 

무뚝뚝한

 

벽돌에 닿는다

 

그러나

 




*기형도 형용사와 부사와 명사 옆걸음 치며 나아가기

**Hydrogen cyanide 靑酸



어느 푸른 저녁
국내도서
저자 : 강성은 외 87인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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