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를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쉽게 독해하는 방법은 관료주의와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모리스 블랑쇼의 카프카를 읽는 출발점은 구약 성경의 창세기(11:1-25:11): '아브라함 편'을 경유한 독해 방법이다. 모리스 블랑쇼는 하느님이 75세의 아브라함에게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미지의 땅 '가나안'으로 가라고 하는 말씀에 따라서 길을 떠나는 아브라함을 주목한다. 그때부터 아브라함은 이주와 사막의 삶 속에 내던져진다. 결과가 아니라 끝없는 이주의 과정으로서 떠돎의 삶을 살아야 하는 아브라함에게 약속된 땅 '가나안'은 구원이다. 굶주림 때문에 이집트까지 다녀오기도 한다. 하느님은 친아들이 없는 아브라함과 아내 '새라'에게 아들을 약속한다. 그때가 아브라함의 나이 99세였다. 이것을 믿을 것인가. 아브라함과 새라는 웃는다. 물론 하느님으로부터 경고를 받는다. 미지의 삶을 예감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약속된 시간(아들)과 약속된 땅을 기다리고 아브라함처럼 믿음을 갖고 나아가는 삶. 구원을 향한 삶. 블랑쇼는 카프카의 글쓰기를 아브라함처럼 구원을 향한 삶으로 바라본다. 이 관점에서 카프카의 단편 <선고> <화부> 뿐만 아니라 장편 [성]과 [소송] 등을 다시 읽으면 카프카의 새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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