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뮈엘 베케트가 썼지만 어느 작품에도 수록되지 않았거나 후일 수록되었다고 하더라도 수정되어 수록된 작품들. 그러나 3부작 『몰로이』 『말론은 죽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것)』의 여진과 그것을 번역한 윤원화의 한국어 리듬이 살아있어서 그 단편들 하나하나가 탁월하다. 특히, 「포기한 작업으로부터」, 「모든 이상한 것이 사라지고」, 「어느 쪽도 아닌」은,
시이면서 소설이고 소설이면서 희곡이고
그 무엇도 아니다.
그리고 그 전체다!
특별히 번역자의 이름. 윤원화. 를 기록하고 기억하기로 한다.
사뮈엘 베케트(윤원화 옮김)
앞으로 뒤로 그림자 속에서 내면에서 바깥그림자로
침투 불가능한 자기로부터 침투 불가능한 자기아님을 향해 어느쪽도 거치지 않고
가까이 가면 부드럽게 문이 닫히고, 돌아서면 다시 부드럽게 문이 열리는, 그런 두 채의 불 켜진 피난처 사이에 있는 것처럼
앞으로 뒤로 손짓하는 부름을 받고 외면당하니
길을 무시하고, 하나의 또는 다른 하나의 희미한 빛에 집중하여
들어 본 적 없는 발걸음 소리만
결국 영원히 멈추고, 자기와 타자에게 영원히 부재할 때까지
그리고 소리 없음
그리고 부드럽게 빛이 꺼지지 않고 그곳 무시되었던 어느 쪽도 아닌
말할 수 없는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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