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노르 파라의 시집 『시와반시Poemas y Antipoemas (1954)』(박대겸 옮김, 읻다, 2017) 읽다. 니카노르 파라의 이전 번역 시집은 고려원 현대세계시인선의 『벽에 그려진 얼굴들』(전기순 옮김, 1993), 솔출판사 세계시인선의 『아가씨와 죽음』(강태진 옮김, 1995)으로 읽은 바 있는데, 이번 박대겸 번역의 시집은 『시와반시(1954)』를 완역한 것이다.
이번 번역 시집에서 읽을만 한 시편은 「차 마시며 하는 질문들」, 「독자들에게 하는 경고」, 「피아노 독주」, 「석판」, 「개인의 독백」 정도였다.
인간은 스쳐 지나가며
모래성을 쌓아 올릴 뿐.
인간의 손으로 만든 투명한 유리잔,
그것이 더 뛰어난 것인가?
잿가루 섞인, 눅눅하고 구슬픈,
피곤에 찌든 대기를 들이마신다.
메마른 이파리들이 말한다, 한번 본 것은
더 이상 같아 보일 수 없다고.
- 「차 마시며 하는 질문들」 부분
세계시인선을 한참 읽을 때와 지금의 나는 달라진 입장과 시선 탓에 시적 충격의 여파는 예전에 비하면 크지 않는데, 그것은 시에 대한 나의 현재 입장과 처지에서 기원하는 바도 있을 것이다.
번역자 박대겸은 본래 시와 소설을 쓰는데, 독학으로 스페인어를 공부해서 번역까지 하고 책을 출간하였는데, 직접 나를 찾아와서 선물로 안겨줘서 무척, 고마웠다.
이브 본느프와 『햄릿의 망설임과 셰익스피어의 결단』(2015) (0) | 2017.11.09 |
---|---|
이브 본느프와의 첫 시집 『두브의 움직임과 움직이지 않음에 대하여Du mouvement et de l'immobilité de Douve(1953)』 (0) | 2017.11.04 |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Prilis Hlucna Samota』(1980) (0) | 2017.10.03 |
김혜순 시집 『피어라 돼지』 (0) | 2017.09.20 |
김경후 시집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0) | 2017.09.2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