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본느프와Yves Bonnefoy의 『햄릿의 망설임과 셰익스피어의 결단L’Hésition d'Hamlet et la décision de shakepeare(Seuil, 2015)』(송진석 옮김, 한울, 2017) 읽다. 셰익스피어를 번역한 이브 본느프와가 『햄릿』을 번역하면서 얻은 깊은 이해와 그 해석을 책의 모든 문장에 담아놓았는데, 그것의 출발점이자 주요 거점은 A.랭보의 시구 “다른 삶은 있는가?Est-il d'autres vies?”(「나쁜 피Mauvais Sang」)라는 물음이다. 이 물음에 근거를 두고 그는 『햄릿』 읽기와 해석을 감행한다.
"이 정신의 도약, 이 꺼짐과 체념 속 가능성의 예감은 운율, 이를테면 『햄릿』에서 성찰의 자리이자 위반의 길이었다고 내가 생각하는 단장 오보격 운율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과 닮았겠는가? 운율은 단어들, 단어들의 소리, 음소 안에 수립되는 하나의 형태이다. 따라서 운율이 그렇게, 그리고 우선 만나는 것은 의미의 이편에서 포착되는 소리이다. 이때 운율은 규정하고 단순화할 필요 없이 사물들에 가담하며, 그것은 사물들이 그러한 만큼이나 물질적이고, 분석적 앎이 아직 은폐를 시작하지 않은 전체 한가운데에서 사물들만큼이나 직접적인 현존이다(…중략…)그러나 긴 음절과 짧은 음절들 가운데 어쨌거나 하나의 자리가 수립되며, 여기에는 음절들을 자극하고, 흘러가는 시간의 경험, 죽음의 생각, 유한성의 진리를 강요하는 리듬 덕분에 직접적인 것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는다. 그것은 사정을 잘 아는 상태에서 비존재(not to be)와 맞서는 일이고, 단어들을 사용하는 순간들 속에서 비존재와 싸우며 게임을 이기려고 애쓰는 것이다. 요컨대 운율 속에서 (오필리어의)꽃은 사전으로부터 소생할 수 있고, 단어는 근원적 인간이 세계로써 만드는 꽃다발을 가리킬 수 있으며, 리듬이 들어올리는 소리들은, 확실히 아직은 비바람 때문에 흐리지만, “어두운 숲selva oscura”에서, 그리고 물질 속에서 갑작스러운 갬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리듬에 맞춘 말은 가장 자연스러운 만큼이나 가장 자극적이고 풍요로운 방식으로 셰익스피어를 도왔을 것이다.
운율은 창끝으로서 담론에서, 단순하고 평범하게 개념적인 사고가 사물화할 위험이 있는 사물과 존재들의 재현을 찢는다. 그것은 세계 내 존재의 실제 상태를 우리 앞에 위대한 가능성으로 변환시킨다(…중략…)그러나 똑같이 외부적인 재현과 의미의 덩어리 속에서 갑작스러운 불꽃처럼 운율이 형성되어 그것들의 집합체를 해체하는데, 이는 진정한 빛이 아닌가? 충만한 실재가 재구성되는 현존과 결정되는 결속 안에서 발견된다. 운율은 위대한 촉매이다. 그것은 허무주의의 함정에 빠진 정신을 구출하고 희망의 상황을 재창조한다."(pp.15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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