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소설가.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Prilis Hlucna Samota』(1980), 이창실 옮김, (문학동네, 2016) 읽다. 매우 시적이면서 풍자적인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35년간 폐지 분쇄 업무를 담당한 주인공 한탸의 삶을 그린다. 그는 매일 쏟아지는 폐지더미에서 세계의 작가들과 철학자들과 화가들의 책들에서 빛나는 문장과 그림과 책들을 발견하고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면서 35년간을 지하실에서 살아왔다. 그는 폐지로 전락하는 책들 속에서 그 아름다움과 사유를 수집하고 애도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그것은 고독한 침잠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누리는 가난한 자의 풍요로움이었다.
그러나 책을 폐기하던 삶은 한탸,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회로부터 폐기당한다. 소련으로부터 해방된 체코가 사회주의 국가가 됨으로써 체코 또한 노동생산성 중심의 근대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비효율적인 사람의 직업과 작업 공정은 폐기되는 것이다.
소설은 반복되는 문장과 변주를 통해 시적 효과를 만들어내면서 미학적 성취를 이루는데, 그 아름다움이 사회 제도에 의해 몰락하는 국면에서 풍자와 알레고리적 정치성으로 전환된다. 매우 빠르게 아름답게 슬프게 읽을 수 있다. 예전에 관람했던 영화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Served The King Of England, 2006>의 원작(『영국왕을 섬겼지(1971)』, 문학동네, 2006)자였던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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