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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의 시집 『광주시편(1983)』(푸른역사, 2014)

독서

by POETIKA 2017. 8. 16.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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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의 시집 『광주시편(1983)』(푸른역사, 2014)을 읽다. 김시종은1948년 제주 4·3항쟁에 참여했다가 1949년 일본으로 밀항하여 재일조선인으로서 민족운동과 시작(詩作)에 나선 시인이다. 그는 17세까지 일본어로만 말하고 글쓰고 생각했던 터라 피식민지인이 일본어를 모국어로 삼아서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한 이율배반적 정체성, 북한도, 남한도, 일본도 아닌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자신이 직접 참여한 제주 4·3항쟁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시종. 그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전해듣고 21편의 시를 썼는데, 그것이 김시종의 시집 『광주시편(1983)』이다. 김시종의 시는 아우슈비츠나 광주민주화운동처럼 직접 체험하지 않는 자가 '어떻게' 말할 것인가, 에 대한 방향성을 암시해준다. 말할 수 없음과 침묵해야 한다는 억압, 그리고 재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난 방식의 시, 그 예술의 한 형식을 제시한다. 제1부에서는 단 한 번도 '광주'를 언급하거나 그 폭력의 현장을 묘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집 전체에서 끔찍함의 공포와 분노의 감정을 쉽게 표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집 제목은 『광주시편(1983)』이다.

 

"말이 이미 말이 아닐 때

그곳이 어디인지 묻는 일도 없을 것이다"(「바람」)

 

"날이 갈수록 눈(眼) 저 안쪽에서

흐트러져 있는 것은 기억의 떨림이다"(「흐트러져 펄럭이는」)

 

"몸부림의 시간이 끝났다 하더라도

풍경을 돌이켜보는 풍경은 없는 것이다.

오로지 꽉 막힌 목소리가 떨고 있는 부근"(「벼랑」)

 

"거기에는 언제나 내가 없다"(「바래지는 시간 속」)

 

"때로 말은

입을 다물고 색을 낼 때가 있다.

표시가 전달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거절의 요구에는 말이 없는 거다."(「입 다문 말-박관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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