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다이빙 연작시 Ⅳ

시/네 번째 시집

by POETIKA 2022. 5. 30. 14:53

본문

 

                                                                                                                                                                 송승환

 

1

 

 

빛은 공기 속에서

 

물속으로 나아가면서 꺾인다

 

 

2

 

 

검은 개

 

물속으로 뛰어든다

 

 

잠기는 물속에서 입술을 다문다

망설이는 눈빛의 말

 

검은 개

 

침묵

 

물속에서 울려 퍼지는 빛의 메아리

 

 

 

3

 

빛이 대각선으로

 

밤의 무대를 두 개로 나눈다

 

너는 물의 오페라 밤의 객석에 앉아 있다

 

너는

 

물속에서 눈을 감은 너의 얼굴

 

검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는 것을 본다

 

너는 한강 철교 난간에서 뛰어내린 남자의 구두 소리를 듣는다

 

너는 잠긴 선체 철문을 두드리는 소녀의 푸른 주먹이 뺨에 닿는 것을 느낀다

 

너는 무인주문 단말기 앞에서 사라진 계산원 머리칼 냄새를 맡는다

 

너는 무료급식소 앞에 줄을 선 여자의 찢어진 옷깃을 만진다

 

너는 무너져 내린 아파트 시멘트 더미에 깔린 소년의 핏빛 양말을 본다

 

너는 포격 속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눈물을 맛본다

 

그리고 밤의 무대 정중앙 흰 소파에 앉아있는 어머니

 

검은 눈썹을 바라본다

 

어머니 눈매는 젖은 것에서 젖은 것으로

 

있다

 

물결과 떼 지은 물고기 물풀들 흐르는 것 흔들리는 것 빛나는 것 어두운 것 반사되는 것 굴절되는 것 떠오르는 것 가라앉는 것 자라는 것 썩어가는 것 펼치는 것 오므리는 것 얇은 것 가느다란 것 숨 쉬는 것 물길 속에

 

모든 것이 있다

 

모든 것이 빛과 보이지 않는 물의 그림자로 차 있다

 

있다

 

있지 않음이 있다

 

물 아래

 

검은 개

 

말하라

 

말하라

 

 

4

 

너는 검은 개

 

빛을 잃은 자들의 물그림자 속으로

 

너는 뛰어든다 듦

 

너는 받아쓴다 쓺

 

 

 

심해에서 수면으로 올라오는 물의 목소리

 

너는 검은 개

 

짖는다

짖는다

 

짓는다

 

 

 

5

 

 

두 개의 긴 쐐기풀이 강물 위로 몸을 구부린다 풀들이 검은 물 위로 빛의 영상을 드리운다 잠자리 한 마리 오래된 거룻배 고물에 내려앉는다 물 흐름 따라 움직인다 거미줄 끝 벌레 한 마리 검은 물 쪽으로 늘어진다

 

' > 네 번째 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빙 연작시 Ⅴ  (0) 2022.08.04
다이빙 연작시 Ⅰ.Ⅱ. Ⅲ.  (0) 2022.04.05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