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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연작시 Ⅰ.Ⅱ. Ⅲ.

시/네 번째 시집

by POETIKA 2022. 4. 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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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Ⅰ

 

                                                                           송승환

 

1

 

 

어머니 두 허벅지 벌리고

 

분만실 침대 누워있다

 

검은 혀가 백지에 솟아오른다

 

 

 

2

 

 

빛의 망치로부터 망치의 광휘로부터 밤의 물살로부터 밤의 광휘로부터 밤의 현무암으로부터 밤의 파도로부터 파도의 주파수로부터 주파수의 진동으로부터 너는 결백한 숨으로부터 거친 숨으로부터 파 양수의 파동으로부터 흐물거리는 덩어리로부터 너는 어둠과 떡갈나무와 새와 공기 바닷물의 무게와 심해 암석들의 그림자 부서지는 포말과 무너지는 수평선 달의 차오름과 비움 보름과 그믐 달의 짐승과 원을 그리며 날아가는 매의 만곡과 비명의 섬광과 근육의 긴장과 목구멍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너는

 

 

 

3

 

 

곶에서

 

곳의 벼랑에서

 

 

너는 물소리 듣는다 양막의 진동 속에서 떨리는 목소리 이 이 포도주 항아리 밑바닥 찌끼 긁는 소리 철필로 칠판 긁는 소리 결박된 어둠 끝에서 맴도는 소리 말을 안으로 삼키면서 흘러나오는 침 소리 너는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위로 아래로 머리를 돌리고 되돌리고 너는 얼굴의 음영과 질감도 없이 이 이 귀의 무한한 열림 속에서 소리의 촉감을 듣는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탄피 떨어지는 소리 자동차 방향 지시등 소리 밤의 반향 눈꺼풀 닫히는 소리 숨죽인 흐느낌 이 이

 

어떤 목소리

 

 

 

4

 

 

스프링보드가 흔들린다

 

백색 공기를 찢으면서

 

너는

 

 

  

다이빙 

 

 

 

1

 

화살이 시위를 떠난다

 

 

2

 

첫 울음의 빛이 공기 속에서 타오른다

 

눈물의 기름이 흘러내린다

 

 

첫 들숨과 날숨의 공포 속에서

 

너는

 

이름이 없다 무엇을 누구를 언제를 어디를 말하는지 왜 말하는지 붙잡히지도 벗어나지도 두 눈은 두 귀는 코는 입은 목은 두 손은 두 팔은 가슴은 허리는 다리는 두 발은 감은 속눈썹 휘장 뒤에서 부릅뜬 두 눈 속에서 물속의 집을 가로질러 미끄러져 나온 한 마리 물고기 너는 아무것도 어떤 것도 무엇으로도

 

 

 

3

 

 

소리 없이 떨리는 자음의 활대로부터

 

화살의 깃은 나선형으로 회전한다

 

얼굴은 산도 속에서 회전한다

 

하늘에서 항문으로

 

눈동자

 

각막 무늬

 

밤의 나선을 돌아

 

뚫고 나온 이름

 

일곱 번째 자음

 

 

말하라

 

말하라

 

한 잔의 피 묻은 쐐기풀로부터 치찰음 소리의 빛이 새어나온다

 

밤의 상공을 휘젓는 헬리콥터 바람으로부터

 

 

 

 

4

 

어머니는 밤에게 죽은 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밤의 책들

검은 가죽 장정

 

 

이름들과 비명들의 책

인디언 페이퍼 넘기는 소리

 

밤의 사막

모래알갱이들이 스러지는 소리 듣는 두 귀의 울림

 

그것이 거기에 있다

 

그것은 검다

그것은 검다

 

검다

 

검은 것은 들린다

 

검은 것은 소금의 빛을 머금고

 

검다

 

 

아름답다

 

아름

 

두 팔을 둥글게 안은 검은 둘레

 

바깥에 있다

 

너는

 

검다

 

어머니

 

 

 

5

 

활은 떨림 속에서

 

화살은 포물선 속에서

 

 

 

혀끝소리는

 

너라는 부름의 세계는

 

 

다이빙 

 

  

1

 

검은 동굴

회색 연기가 피어오른다

 

 

눈 위로 걸어나간 동물의 발자국

수목한계선 너머로 사라진다

 

녹아 흐르는 눈길 속에서

 

말한다

 

 

 

2

 

 

해변 없는 바다에서 어머니가 부른다

 

공기의 목소리

 

너는 사람들에게 등을 돌린다

 

물의 리듬 속으로 얼굴을 담근다

 

너는 들린다

 

돌진한다

 

시멘트 동굴 가운데에서

 

너는

 

밤의 흰 바다 속으로

 

되돌아가는 포말의 검은 빛 첫 음절

 

 

 

3

 

 

공중으로

 

앞으로 뒤로

 

세 번

 

연속 몸 비틀기

 

너는 전속력으로

 

떨어지는 자세의 영상을 세계에 남긴다

 

영상映像

 

영상影像

 

영상靈想

 

밤의 수영장

 

일렁이는 물빛에 나타난다

 

 

물은 일어난 물의 보푸라기 물방울을 거둔다

 

물은 물로 있다

 

물의 목소리는

 

말한다

 

목소리 없는 목소리

 

방금 누군가 펼쳐놓은 공기의 책

 

읽고 지나간 물의 페이지

 

 

물과 공기의 부름 앞에서

 

물방울의 왕관을 머리에 쓴 자

 

이름은 모든 빛의 눈부심과 함께

 

 

 

4

 

 

 

 

-반년간 『쓺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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