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송승환(1971~ )
사람들이 인파 속을 걷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잡은 그녀의 손은
바닷가에서 주운 돌이었는지도 모른다
공사중인 빌딩 안으로 그녀는 들어갔다
반죽은 굳어지기 마련이다
햇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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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철근 같은 것들은 이제 풀, 나무처럼 도시의 자연이 됐다. 나무, 이렇게 제목을 놓고 시를 시작했듯이 시멘트, 이런 시 제목 나오고도 남지. 곧 끄덕끄덕했지만, 그래도 이 제목 첫 대면했을 땐 놀랐다. 시멘트는 정확하게는 콘크리트와 구별된다. 그렇지만 그 둘을 꼭 구별해 생각하지는 않으니 시멘트는 역시 굳음, 딱딱함, 닫힘, 냉담, 삭막, 드라이 이런 감정상태를 은유하겠지. 마지막 잡은 그녀의 손의 ‘마지막’이란 말이 그러하고, 그녀의 손이 바닷가에서 주운 조약돌일지 무슨 돌일지 하여튼 ‘돌’이라니 그러하다. 공사 중인 빌딩에 벌여놓은 반죽이란 곧 굳을 시멘트 반죽. 바닷가라는 말 때문에 잠시 아련했던 어떤 추억, 지난 그 기억 시멘트 반죽처럼 굳어가는 것. 이 건조한 사실만이 너무 투명해 햇빛은 찬란하게 내리는 것.
<이진명·시인>
https://news.joins.com/article/5067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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